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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의 팝업 거리 → 텅 빈 거리 → 젠트리피케이션 이후 건물주 상황

rr787200 2025. 4.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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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팝업스토어 천국에서 텅 빈 거리로, 그리고 남은  건물주들

1. 가로수길 전성기: '핫플레이스'이자 '팝업 거리'의 탄생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2010년대 초중반만 해도 '핫플레이스'의 대명사였습니다.
특히 대형 브랜드들이 정식 매장 대신 '팝업스토어'를 열어 신제품을 홍보하고,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실험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삼성전자, 나이키, 루이비통 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유명 스타트업, 연예인 브랜드까지 줄지어 팝업을 열었습니다.
좁은 골목에도 사람들이 넘쳐났고, 한 달 임대료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작은 매장들도 순식간에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가로수길은 단순한 상업지가 아니라, ‘문화 트렌드 발신지’로 기능했던 것입니다.

2. 젠트리피케이션: 임대료 급등과 소상공인 퇴출

하지만 붐이 일자 부작용도 따라왔습니다.
소규모 카페, 부티크, 디자인 샵 등 가로수길을 '멋있게' 만들었던 1세대 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임대료는 2~3배씩 뛰었고,
건물주들은 세입자가 나가자마자 임대료를 대폭 인상했습니다.

2015년 전후로 가로수길 일대의 건물 매매 가격은 3~4배 급등했고,
땅값은 평당 1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대신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브랜드,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들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로수길은 개성 넘치는 골목상권의 매력을 잃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거리'로 변질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전형적 흐름입니다.
원주민(초기 상인)이 쫓겨나고, 대자본이 대체하는 현상 말이죠.

3. 코로나19 이후: 거리의 붕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가로수길에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고, 사람들 이동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대기업조차 버티지 못하고 빠져나갔습니다.

  •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 아디다스, 명품 브랜드 숍 등 대형 매장들이 잇따라 철수
  • 빈 점포가 거리에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
  • 공실률 30%를 넘는 구역도 등장

가로수길은 한때 '팝업스토어 성지'였던 영광을 잃고, '텅 빈 거리' 로 변해버렸습니다.

특히 2층, 3층 상가는 더 심각합니다.
1층에 임차인이 있어도 위층은 빈 채로 방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4. 그래도 건물주들은 버틴다

아이러니하게도, 거리는 텅 비었는데도 건물주들은 급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팁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이미 큰 시세 차익 실현

가로수길 건물들은 2010년대 초중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초기에 산 건물주들은 이미 수십억~수백억 원의 평가차익을 확보했습니다.

따라서, 약간의 공실과 임대수익 손해가 나더라도
'본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붐이 온다"는 기대감이 있는 것도 한 몫입니다.

(2) 대출 없이 버틸 수 있는 자산가들

가로수길 내 건물주 상당수는 자산가 또는 부동산 법인입니다.
대출 비율이 낮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도 대출 이자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대출 이자)이 적으니
버티면서 임차인 유치 타이밍을 노릴 수 있는 여력이 됩니다.

(3) 주변 개발 기대감

가로수길 일대는 여전히 신사역 개발, 압구정 재건축, 청담동 리뉴얼 등 대형 호재의 중심부에 있습니다.
"상권은 주기적으로 회복된다"는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손절 매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5. 현재 가로수길: 공실은 늘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다

2025년 현재, 가로수길은

  • 1층 임대료는 5~7년 전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당 수백만 원 수준
  • 공실률은 20~30% 사이
  • 매매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음 (소폭 하락 후 정체)

'텅 빈 거리'가 되어도, 건물주들은 매매가를 크게 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신축 건물이나 리모델링한 빌딩은 여전히 "가격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결론: 거리와 상권은 무너졌지만, 부자들은 버틴다

가로수길의 몰락은 단순히 '거리의 쇠퇴'가 아닙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후폭풍이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한 세대 동안 번성했던 상권을 무너뜨린 사례입니다.

하지만 건물주들은

  • 과거의 자산 상승
  • 낮은 금융비용
  • 주변 개발 기대
    이런 요소들 덕분에 버틸 수 있는 상황입니다.

거리는 텅 비어도,
'건물주 = 이긴 자' 라는 구조